로고

<오늘의 역사> [5월 18일] 2001년, 전 공수부대원 광주에서 민간인 학살을 고백

김종현 | 기사입력 2010/05/18 [00:47]

<오늘의 역사> [5월 18일] 2001년, 전 공수부대원 광주에서 민간인 학살을 고백

김종현 | 입력 : 2010/05/18 [00:47]
2001년 5월 18일,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특별조사과 김학철 과장은 오후 1시 종로경찰서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5·18 때 군인이 민간인을 사살했다는 제보를 받고 기초조사를 벌여 지난 4월 26일 당시 공수부대원으로부터 민간인 사살에 대한 양심선언을 얻어냈다"고 발표했다. 양심고백을 한 사람은 당시 7공수특전단 33대대 소속이었다고 했다. 1987년 5공 청문회 당시 7공수여단 33대대장이었던 권승만 중령은 "5·18 당시 7공수에서 양민을 사살하거나 암매장한 적이 없다"고 했었다.

당시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밝힌 바에 따르면, 양심고백을 한 남성을 비롯한 대대원 4명은 광주시 남구 노대동 노대 남 저수지 부근에 매복하고 있었다. 5월 22일 또는 5월 23일 오후, 주변을 지나가던 민간인 4명을 발견한 이들은 중대에 상황을 보고했다. 그 4명을 "폭도"로 오해했다는 것이다. 곧 중대원 11명이 출동하여 이들을 따라잡은 뒤 정지 명령을 내렸으나, 4명 중 남자 2명이 도망갔다. 중대장으로부터 발포 허가를 받은 이들은 하늘과 바닥을 향해 공포를 쏴서 경고 사격한 후 이들에게 총격을 가했다. 1명은 도망갔지만, 남은 1명은 뒤돌아서서 손을 들었다. 그러나 공수부대원들은 집중 사격을 퍼부어 결국 머리에 관통상을 입고 쓰러졌다는 것이다. 시신은 현장에 매장했다. 의문사위원회는 사실 확인을 위해 당시 마을 주민들과 동료 공수부대원 4명을 수소문하여 증언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공수부대원들이 암매장한 시신을 마을주민들이 근처에 다시 가매장했는데, 며칠 후 가족들이 와서 다시 시신을 수습해갔다고 마을 주민들은 증언했다. 그러나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시신 및 가족들의 신원을 알아내지는 못했다. 양심고백을 한 당사자는 그동안 죄책감에 시달려왔다고 얘기했다고 한다.


광주의 아픔을 다룬 영화들이 있다. 《화려한 휴가》는 직접 광주를 다룬 영화이고, 《꽃잎》과 《박하사탕》은 1980년 5월에 광주 한복판에 있었던 피해자와 가해자를 중심으로 광주의 아픔을 다룬 영화다. 그리고 몇몇 드라마에서 광주 민주화 운동을 드라마 전개에서 중요한 배경 사건으로 다루기도 했었다. 그러나, 제 아무리 영화나 드라마를 사실에 가깝게 고증하여 찍어도 당시를 그대로 재현하지는 못한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개봉한 후, 영국군은 영화 초반부 상륙작전 장면을 신병 교육용 교재로 썼다고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1944년 6월 6일 노르망디 해안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실체를 글과 사진만으로 짐작만 할 뿐이다. 당시 11공수여단으로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진압군이었던 이경남 목사는 "픽션은 아무리 잘해놓아도 논픽션만 못하다"고 했다고 한다. 나도 그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러나 광주는 여전히 살아 있는 경험이다.

"광주 사태"를 불러온 장본인은 전 재산이 "29만원밖에 없어요"라면서 잘 지내고 있을 뿐더러, 당시 지휘권자들과 권력자들은 결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그들을 지지한다는 사람들은 "광주 사태"는 여전히 북한의 간첩들이 광주로 침투하여 일으킨 북의 도발 행위라는 1980년 당시 신군부가 발표한 내용을 되풀이하고 있고, 《화려한 휴가》가 개봉하자 명예훼손 등으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들이 만든 정당은 끈질기게 살아남아 후계자들을 키워 21세기를 다시 1980년으로 되돌리려 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아직 살아 있다. 가해자들도 살아 있다. 가해자들 중에 죄책감을 느끼며 살고 있는 사람들은 2001년에 고백한 남성처럼 말단에서 도구가 된 사람들뿐이다. 혹자는 그들도 피해자라고 부른다.

30년이 지났지만, 1980년 광주는 여전히 살아 있는 테마다. 3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광주를 탄압하려는 자들이 있다. 정신차리지 않으면, 30년 동안 더 탄압을 받을 것이다.
  • 도배방지 이미지

뉴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