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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10월02일 20시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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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섬, 한로(寒露)-잎은 가장자리부터 물든다
새단장한 옛날 도시락집 ‘연가지가’ 학창시절 추억 떠올릴 수 있는 아늑한 공간


주위에 나무 한 그루 없는 삶이 어디 있을까. 사막의 모래 언덕 뒤에도 오아시스가 숨어 있는데...우리가 혼자라고 느끼던 모든 순간에도 사실 많은 사람이 곁에 있지 않았을까. 스스로 마음의 빗장을 걸어 아무도 보이지 않았는지 모른다. <김선미 '나무, 섬으로 가다' 나미북스(2018), 253쪽>


어느덧 아침 이슬이 찬 공기를 만난다는 한로(寒露)다. 옷깃을 여미는 사람들처럼, 가을은 나무의 몸에 혁명적인 변화를 요구한다. 무서리 세 번이면 된서리가 온다고. 잎이 물들기 시작하면 줄기는 가지마다 잎자루와 열매꼭지가 붙어 있던 자리에 떨켜를 만든다. 잎이 떨어져나간 자리는 살을 에는 아픔을 느낄 것이다. 사람도 세균 침입을 막기 위해 상처 위에 딱지를 만드는 것처럼 나무도 떨켜를 만들어 잎이 떨어진 자리를 코르크질로 감싼다. 그 자리에 남은 흔적을 잎자국 또는 엽흔(葉痕)이라고 부른다.

이와 반대로 섬 동쪽에 밀집된 한해살이풀들은 나무와 달리 미련이 없어 보였다. 강변 옥수수밭은 수숫대가 모두 베어진 채 텅 비었고, 그 옆에 고개 숙인 누런 벼들이 담담하게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땅 가까운 곳에는 연보라 구절초, 노란 산국, 보랏빛 꿀풀들이 흔들리고 있었다.

이렇듯 섬의 나무들은 전체적으로 가벼워지고 있었다. 노란 계수나무 잎은 바람이 불면 빙그르르 군무를 펼쳐 보였고 가래나무는 할 일을 다 마치고 일찌감치 알몸이 되었다. 낙엽 더미에 묻힌 가래나무 열매는 물렁한 과피가 썩어 단단한 씨앗이 드러났다. 낙우송과 은행나무는 이제 슬그머니 잎 끝자락을 물들이기 시작했다. 초록으로부터 노랗게 번져가는 은행나무나 적갈색이 스며들기 시작한 낙우송 모두 잎 가장자리로부터 잎자루가 있는 나무 중심을 향해 물들어가고 있었다.

이미 남이섬 주인이 된 청설모와 다람쥐는 겨울나기를 벌써부터 준비하고 있었다. 떨어진 밤과 잣송이를 부지런히 나르며, 이곳저곳 묻느라 분주해 보였다. 남이섬 식음업장도 가을을 맞이해 새단장을 하는 모양이다. 겨울철 따끈한 국물과 옛 추억에 잠겨 식사할 수 있었던 ‘도시락집 연가’가 ‘연가지가’로 다시 간판을 내걸었다. 연가지가는 손으로 흔들어 먹는 옛날도시락부터 매콤달콤한 즉석 떡볶이와 튀김까지 학창시절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아늑한 공간이다. 어느새 단풍나무가 물들어가듯 남이섬에서의 오후도 서서히 저물어가고 있었다.

<
위 글 내용은 김선미 작가의 '나무, 섬으로 가다'를 바탕으로 작성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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