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불법사찰' 논란이 확산되면서 4.11총선이 '정권심판론'으로 흘러가자 청와대와 여당인 새누리당은 밝혀진 사찰 중 80%가 전 정권에서 일어났다며 이른바 '물타기'를 시작했으나 경찰청이 '경찰에서 이뤄진 감찰'이라고 밝히자 5일만에 전 정권 사찰에 대한 발언이 멈췄다. 박근혜 비대위원장도 며칠동안 지원유세를 통해 '나도 사찰받은 피해자', '전 정권에서 사찰이 80%를 넘었다'고 밝히는 등 이른바 전 정권에서도 '불법사찰'이 일어났음을 강조했으나 지난 5일, 경찰청의 발표로 인해 머쓱해 졌다. 선거 일주일을 남긴 상황에서 '정권심판론'이 힘을 얻자 새누리당은 때마침 터진 민주통합당 노원갑 김용민 후보가 8년전 인터넷에서 했던 '막말'을 끄집어내면서 집중공세를 퍼붓고 있다. 적잖은 정치평론가들은 새누리당의 김 후보 때리기는 '보수층 결집'을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여하간 새누리당에게 공격의 빌미를 제기한 김 후보의 과거 발언은 분명 부적절했다. 여성층은 물론 노인층의 질타를 받아도 할 말이 없는 수위가 높은 발언이다. 기존 정치인이라면 당연히 의원직 사퇴나 공직 사퇴를 할 수 밖에 없는 발언이었다는 것은 분명히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김용민 후보가 8년전 엔터테이너 방송에서(서로 수위가 높은 말을 해야 시청자들을 끌 수 밖에 없었던 당시 인터넷 방송이었음도 고려해야)했던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정치에 첫 발을 내딛는 초보 정치지망생에게 사퇴하라고 당 차원에서 난리(?)치는 것도 웬지 부자연스러운 모습이다. 6일, 노원갑 지역 종교.시민단체들은 8년전 29세의 김 후보가 했던 발언과 관련해 지나치게 과도한 정치적 논쟁과 어버이연합 등의 폭력적 개입이 노원지역 유권자들의 선거 주권을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을 발표한 종교.시민단체들의 주장을 요약해보면 최근 언론 등을 통해서 공개되고 있는 김 후보의 '막말'은 분명 잘못된 일이지만 범법 행위가 아닌 도덕성과 자질에 대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지역민들의 의사는 무시한 채 정치적으로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더불어 노원갑 지역 유권자들이 김 후보를 선택하느냐 안 하느냐를 결정하는 것이지 물리적 개입을 바탕으로 한 행위는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적잖은 언론들이 '특종'을 찾은 것처럼 매일같이 김 후보의 과거 발언에 대한 내용에 대해 사족을 달아 기사화하는 상황에서 노원갑 지역 종교.시민단체들의 성명은 4.11총선을 5일 남긴 상황에서 적절해 보인다. 8년전 29세의 젊은 김용민이 아무렇게나 내뱉은 발언은 분명 도덕적으로 질타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인기를 얻어야 한다는 절박감에 쫒기는 엔터테이너(당시 김용민은 분명 엔터테이너로 볼 수 있다)로써 또 서로 수위 높은 발언을 해야만 이른바 '튈' 수 있는 인터넷방송 속성상 연출된 발언에 대해 도덕적 자질 문제는 있을 수 있어도 양심을 속였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일부 언론은 이제와서 '나는 꼼수다' 방송을 다시듣기하면서 논란이 될만한 발언들을 찾는 우스꽝스런 모습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김 후보와는 반대로 부산사하구갑 새누리당 문대성 후보의 '논문' 표절논란은 크게 부각되지 않고 겉저리로 도는 모습이다. 김 후보가 8년전 어린 치기로 내뱉은 발언이 자질의 문제라면 문 후보의 논문표절이 사실이라면 이는 도덕적 문제뿐만 아니라 양심까지 속이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문 후보가 박사 학위를 취득했던 국민대와 교수로 재직한 동아대에선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논문심사'에 들어간 상황이다. 문 후보의 '논문'이 표절로 판명된다면 '논문'을 표절해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그 학위를 바탕으로 학생들을 가르쳤고, 또 그 스팩을 바탕으로 정치에 입문했다고 한다면 이 시대 젊은층에게 무엇을 보여주게 되는 것일까? 김 후보와 문 후보의 초기 대응도 문제다. 김 후보는 '쫄지않는다'며 문제를 제기한 쪽에 건방진(?) 모습을 보였고, 문 후보 또한 '어이없는 음해'라며 되려 큰소리를 쳤다. 이후 김 후보는 자신이 출연했던 방송이 확산되자 뒤늦게 눈물을 흘리며 사죄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문 후보는 아직까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자신의 논문이 표절로 밝혀진다면 '국회의원에 당선됐더라도 의원직을 사퇴하겠다'는 국가대표 태권도 선수의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길 바라는 것은 기대에 불과할 것인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학자들이 모인 연구 단체에서 검토하고 내린 결론이 문 후보의 논문은 '표절'이 아니라 '복사' 수준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국민대나 동아대의 결론이 나오기 전에라도 문 후보의 입장 표명은 당연히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 입장에서 당의 상징성을 대변하는 문 후보와 김 후보의 논란에 대해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각 당들은 상대방 후보의 개인적인 문제를 들추어 선거에 유리한 면을 찾아내려고 하다보니 정작 '민간인 불법사찰'건보다 문.김 후보 개인 문제에 '올인'하는 어처구니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민들은 어리석거나 바보같은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노원갑 지역 유권자나 부산 사하구갑 유권자들 모두 각자의 기준으로 후보자를 평가하고 있음에 틀림없을 것이다. 두 후보가 '자진사퇴'하지 않더라도 유권자들은 옳은 판단을 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엔티엠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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