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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권 2년, 위기때마다 우연 겹친 '종북', '안보' 카드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 격으로 너무 겹치는 우연에 국민 여론은 '갸우뚱'?

고은영 | 기사입력 2014/12/23 [03:09]

박근혜 정권 2년, 위기때마다 우연 겹친 '종북', '안보' 카드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 격으로 너무 겹치는 우연에 국민 여론은 '갸우뚱'?

고은영 | 입력 : 2014/12/23 [03:09]

지난 19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집권 2년만에 최저치인 37%(한국 갤럽 여론조사)를 기록하는 날, 우연인지 헌법재판소는 통합진보당의 정당 해산과 소속 국회의원들의 의원직 상실을 결정했다.

이른바 '정윤회 문건'과 '십상시' 파문으로 박근혜 정권가 최대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헌재의 정당해산 결정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간에 '이념' 논쟁으로 위기를 벗어나려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이는 현 정권 2년동안 위기가 올 때마다 '안보'와 '종북'을 내세워 보수층을 결집시켜 국면을 전환했던 것을 돌이켜보면 충분히 의혹 제기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먼저 지난해 6월 14일, 채동욱 검찰총장의 검찰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선거법 등 위반 혐의로 기소했고, 이는 정권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학계는 물론 종교계까지 시국선언에 참여했고, 청계천 광장과 서울시청 광장에는 '촛불'이 다시 등장하면서 현 정권에 첫 위기로 커져갔다.

이때 터져 나온 것이 6월 24일의 남재준 국정원장에 의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공개됐다. 나라망신과 대외 신뢰도의 추락이라는 비판속에서도 이른바 'NLL 회의록'을 공개한 것 때문에 원 전 국정원장과 김 전 서울경찰청장의 선거개입 사건은 정치권의 공방으로 바뀌었고, 촛점 또한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의 진위가 쟁점이 됐다.

박 대통령은 "우리의 NLL, 북방한계선도 수많은 젊은이가 피로 지키고 죽음으로 지킨 곳이란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면서 수세였던 국면에서 공세적 국면으로 전환을 꾀했다.

현 정권은 'NLL 회의록'의 공개로 첫 위기를 넘겼지만 두 달 후인 8월, 국정원에 이어 군 사이버사령부 등 국가기관도 대선에 개입했다는 증거들이 나오면서 또 다시 위기를 맞게 된다. 8월 중순경, 국정원 댓글 의혹 청문회가 어렵사리 열렸고 증인으로 나선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현 국회의원)이 김 전 서울경찰청장이 거짓 증언을 했다고 주장하자 다시 정국은 들끓었다.

연일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야당과 시민사회단체, 노동단체, 종교계 등의 촛불집회가 한여름의 밤을 달궜고, 특검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정부와 여당이 곤경에 처한 가운데 8월 28일, 느닷없이 국정원이 이른바 'RO모임'으로 명명되는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을 터트렸다. 이 의원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지고 논란끝에 9월 5일, 이 의원이 구속되면서 다시금 국가기관의 선거개입 진상규명 정국은 '종북' 국면으로 전환된다.

현 정권의 이런(?) 국면 전환은 지난해 11월, 연이은 인사 실패와 기초연금 공약 후퇴 논란으로 박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다시금 위기 국면이 조성된다. 그러나 이 위기 또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헌재에 통합진보당을 헌정사상 초유의 정당 해산심판 청구하며서 또 다시 위기에서 벗어나게 된다.

연속된 '종북몰이' 카드는 성공을 거뒀고, 이는 11월 5일 진보당에 대한 해산심판 청구안이 국무회의에서 통과되고 유럽 국정원 등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박 대통령 사과와 특검 등을 요구하던 민주당을 반전된 여론에 힘입어 같은 달 9일, 101일 만에 서울시청 천막당사에서 자진 철수시키는 대승리(?)도 거두게 된다.

올해도 이념공세는 이어졌다. 4월 16일, 최대의 참사로 일컫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면서 박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하고 이 와중에 연달아 두 명의 총리 후보가 낙마하는 '인사 참사'로 이어지면서 비판적인 여론이 높아졌고, 현 정권이 집권 2년차를 허비하는 가운데 엎친데 겹친격으로 '정윤회 문건' 논란이 터지고 '청와대 쇄신론'까지 불거지면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도 취임 후 최저인 37%를 기록하며 최대의 위기를 맞이하게 됐다.

그런데, '까마귀날자 배떨어진다'처럼 공교롭게도 이번에는 헌재가 주인공으로 나서며 내년으로 예상됐던 통진당 해산 결정이 이뤄졌고, 급락하던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22일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39.9%를 기록하며 하락세를 멈췄다.

현 정권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통진당의 해산 결정이 나자마자 그동안 보수단체들에 의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한 통진당 당원들과 진보단체 등에 대한 검.경 등 공안 당국의 수사가 신속하게 진행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현 정권의 실정이 언제까지 '종북' 이념논쟁으로 감출 지는 알 수 없다. 우선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무력감과 '인사참사'의 배후설 등이 쉽게 사그라질 사안이 아닌 반면, 그동안 현 정권이 위기때마다 꺼내 들었던 '공안 카드'에 '그럴줄 알았다'는 국민 여론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 정권이 위기때마다, 우연일지도 모르겠으나 수 차례 꺼내 들었던 '종북' 이념 논쟁이 과연 이번에도 통하게 될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고은영 기자/koey5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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