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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장관의 말에 '전업주부' 뿔났고, '워킹맘'도 불만 터트려

복지부 자유게시판에 '장관의 말은 셋째 아이를 죽이라는 건가?' 항의글 오르기도

김유진 | 기사입력 2015/01/24 [09:58]

보건복지부 장관의 말에 '전업주부' 뿔났고, '워킹맘'도 불만 터트려

복지부 자유게시판에 '장관의 말은 셋째 아이를 죽이라는 건가?' 항의글 오르기도

김유진 | 입력 : 2015/01/24 [09:58]

최근 불거진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을 해결하겠다면서 대책의 일환으로 전업주부의 어린이집 보육 수요를 줄이겠다는 정부 보육체계 개편 발표가 전업주부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지난 21일, 보건복지부는 대통령 업무보고 사전브리핑에서 양육수당 등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업주부의 어린이집 수요를 줄이겠다고 밝혔고, 22일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기자들에게 "전업주부가 불필요하게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수요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대책이 알려지자 23일,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전업주부들의 거센 항의가 쏟아졌다. 문 장관의 발언이 가사와 양육의 가치를 폄훼하고 취업 유무에 따라 보육 지원 혜택을 달리 주겠다는 것처럼 비쳐진 탓이다.

전업주부들은 특히 문 장관의 발언이 맞벌이 부부만 우대하고 전업주부들의 다양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아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고 성토했다.

온라인에는 "정부의 발언으로 전업맘과 취업맘 사이에 불필요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정부가 취업맘과 전업맘의 갈등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가사·육아는 일도 아니라고 단정짓느냐", "애돌보느라 경력이 끊겼다가 다시 취업 준비하는 엄마들, 다시 공부하는 엄마들, 비정규직이나 시간제로 일하는 엄마들은 어떻게 할 것이냐", "처음부터 아이당 양육수당 똑같이 달라"등 정부의 대책없는 대책을 성토했다.

그렇잖아도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하고 정부의 신뢰도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설익은 보육정책이 발표되면서
전업주부들까지 '반 정부' 성향으로 돌아서게 한다는 질책이 이어지자 복지부는 부랴부랴 해명에 나섰다.

복지부는 "전업주부들의 자녀가 어린이집 이용과 가정 양육이 적절히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시간제 보육을 확대하는 등 다양한 가정양육 활성화 정책을 펴겠다는 의미였다"며 "가사와 양육의 가치를 폄훼하거나 맞벌이 위주 정책을 펴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해명했으나 이미 장관의 말에 상처입은 전업주부들의 화를 누그러 뜨리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보건복지부 자유게시판에
정00 씨의 '임신한 셋째아이... 포기해 버리고 싶은 심정입니다'라는 글이 올라 많은 전업주부들의 심금을 울렸다.

이 글의 내용은 "둘째가 두 돌이 다되어 갑니다. 새해가 들어 갑작스레 찾아온 아기천사 셋째 아이입니다. 내 몸 하나 버티기 힘든 사정이다 보니 둘째는 자연스레 어린이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납니다. 그래도 입덧이 끝나면 더 사랑해 줄게 하며 미안한 마음으로 어린이 집에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보건복지부 장관이란 사람의 말을 듣고 정말 셋째를 포기해 버리고 싶은 마음입니다"라고 정부의 대책을 꼬집었다.

정00 씨는 "전업주부 차등화. 나름 셋째 임신을 하고 나는 이 나라의 애국자라 스스로 생각하며 입덧과 씨름하고 있는데 이 나라는 이런 저에게 '애는 그만 포기하시지?'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셋째아이에게 '널 사랑해 네가 보고 싶어'라 말해왔는데 오늘은 이 아이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너만 없으면 엄만 일 하러 갈수 있어. 너 때문에 엄만 또 집에서 가정주부의 길을 택해야 할텐데. 가정주부는 지원을 덜해준데 이게 다 너 때문이야. 너만 없으면 되는데 엄마는 일을 할 수 있고 차별 당하지 않아도 되는데 이게 뭡니까??"라며 강한 분노를 표출했다.

또한 "정말 저희 셋째는 나으면 안되는 아이입니까? 이제 6주입니다. 굳이 수술 하지 않아도 제 몸 하나 힘들게 굴리고 일 많이 하고 무거운 거 많이 들고 하면 떨어져 나갈 수 도 있는 위험기입니다. 정말 오늘 보건복지부 장관의 발언은 정말이지 애국자라 생각했던 저를 애를 죽일 수밖에 없는 살인자로 몰아가기 딱 좋은 발언입니다. 정말 그 말대로 실행이 된다면 전 차라리 불법이라도 낙태 시술을 받고 싶네요"라고 극단적인 표현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전업주부들의 불만이 폭등하고 '서로 싸움시키나?'라며 또 다른 불만을 내비치는 '워킹 맘'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정부는 아
동학대 근절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관계장관회의가 24일 오후 4시 서울 용산의 한국보육진흥원에서 열기로 했다.

이날
회의는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주재하며,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강신명 경찰청장, 유정복 인천시장이 참석한다.

<김유진 기자/ntmnewsk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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