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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1차 수요집회, 성난 위안부 할머니들 한.일 합의 인정못해

한.일 외교장관 회담 위안부 문제 합의에 부정적 여론 높아 정국의 핵으로 떠오를 듯

고은영 | 기사입력 2015/12/30 [19:36]

제1211차 수요집회, 성난 위안부 할머니들 한.일 합의 인정못해

한.일 외교장관 회담 위안부 문제 합의에 부정적 여론 높아 정국의 핵으로 떠오를 듯

고은영 | 입력 : 2015/12/30 [19:36]

한.일 외교장관 회담 위안부 문제 합의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지는 모습이다.

30일 오후 12시, 서울 종로구 구 일본대사관 건물 앞에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이 주최하는 일본 위안부문제 해결을 위한 제 1211차 정기 수요집회가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87) 할머니, 길원옥(87) 할머니 등과 정대협 관계자, 시민단체, 일반시민 등 1천여명(경찰추산 700명)이 모인 가운데 열렸다.

이날 수요집회는 한.일 외교장관 회담 위안부 문제 합의에 따른 사회 각 계층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열렸는데, 참가자들의 뜨거운 열기로 향후 정국의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높였다.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는 참가자들을 향해 "어제 외교부 차관 멱살을 잡고 싶었지만 참았어요. 우리 정부가 우리를 두 번, 세 번 죽이고 있어요. 일본의 사죄와 법적인 배상을 받아내기 위해 끝까지 싸울 거에요."라면서 울분을 토했다.

이 할머니는 "미국에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됐다'고 묻는 전화가 오는데 어처구니가 없다"며 "위안부를 만든 일본은 아직도 그 죄를 모르고 있는데, 그냥 둬서 되겠냐"고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또한 "조선의 딸로서 곱게 자란 죄밖에 없는데 왜 우리가 위안부를 가야했냐"며 "너무 분하고 억울하고 서럽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 할머니는 이번 양국 합의에 대해 외교부로부터 사전에 어떠한 언질도 받지 못했다며 "이런 협상이 있다는 걸 우리에게 미리 알렸어야 했는데도 외교부는 '공휴일이라 얘기를 못했다'고 한다"면서 "우리 정부는 우리를 돕기는커녕 두 번, 세 번 죽이고 있다"고 절규했다.

이어서 "저 하늘에 가신 분들을 포함해 238명의 피해자 모두를 위해서 지금부터 끝까지 싸우겠다"며 "우리 후손들이 이런 일을 겪지 않도록 싸워나가겠다"고 강조해 참석자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기도 했다.

집회에는 소녀상을 조각한 김운상 작가도 참여했는데 "일본 정부가 진실되게 사죄하고 소녀상을 보호한다면 불편할 것이 무엇이 있겠냐"며 "일본이 도쿄정부청사 앞에도 소녀상을 세우고 사죄하는 순간을 기다려보겠다"고 일본의 진심을 의심했다.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 소장도 "이 동상은 단순한 우리의 동상이 아니다. 소녀상에 표현된 비참한 비극을 유네스코 등재를 통해 신고하려고 하는데 일본은 이마저 막고 있다"며 "일본은 사과는커녕 돈으로 피해자들을 능욕하고 있다. 이는 역사적으로 보면 우리 민족과 민족정신을 능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분노했다.

이날 수요집회에서는 참가자들과 야당 의원들이 올해 세상을 떠난 황선순(89), 이효순(90), 김외한(81), 김달선(90), 김연희(83), 최금선(90),박유년(93), 최갑순(96) 할머니 등 9명의 위안부 피해자들을 추모하기도 했다.

정대협은 "올해 9명의 위안부 피해자들이 끝내 문제해결을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며 "이제 우리 곁에는 46명의 할머니들만이 남아있다"고 밝혔다.

정대협은 한.일 양국 정부를 향해 합의안 즉각 취소, 피해자들의 요구에 귀기울여 문제를 해결할 것, 일본 정부는 피해자들의 뜻을 담아 국가적, 법적 책임을 인정하고 합당한 조치를 이행할 것, 한국 정부는 피해자들의 뜻을 저버린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 등을 촉구했다.

더불어 이런 요구사항을 관철시키기 위해 범세계적인 활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윤미향 정대협 상임대표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역사를 통해 인권이 유린되는 아픔이 없어지도록 세계 각지에 평화비를 건립하는 활동을 펼치기로 어제 결정했다"며 "전문가, 법률가, 정치가, 학생 모두가 참여하는 세계적인 행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상임대표는 "정기수요집회를 전국적인 릴레이 집회로 확산시키는 한편 24주년을 맞는 다음달 6일 많은 평화시민단체와 함께하기로 했다"며 "피해자 할머니 46분이 살아계실 때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고은영 기자-서유석 사진기자/koey5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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