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반기문 UN사무총장, 위안부 합의에 '잘했다'고 청와대로 전화

위안부 할머니.관련단체 등 반 총장 발언에 분노 폭발, 여론도 부정적

고은영 | 기사입력 2016/01/02 [21:21]

반기문 UN사무총장, 위안부 합의에 '잘했다'고 청와대로 전화

위안부 할머니.관련단체 등 반 총장 발언에 분노 폭발, 여론도 부정적

고은영 | 입력 : 2016/01/02 [21:21]
<사진/UN>

새해 벽두,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본인이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에도 늘 1위를 유지했던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 대한 여론의 평가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2016년을 여는 첫 날인 1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박근혜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한일 외교장관회담 위안부문제 협상 결과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비전을 갖고 올바른 용단을 내린 데 대해 역사가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지지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반 총장은 이날 박 대통령과의 신년 인사 통화에서 한일 위안부 협의에 대해 위와 같이 말한 뒤 "한일 양국이 24년간 어려운 현안이었던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합의에 이른 것을 축하한다"며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의 해가 가기 전에 협상이 타결된 것을 매우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위안부 합의에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또한 "올해 박 대통령의 리더십 아래 조국 대한민국이 더욱 크게 발전해 나가기를 기원한다"고 덕담을 건넸다.

대선에 출마한다 안한다로 분석이 분분한 가운데 반 총장은 연말 뉴욕 특파원들과의 만찬 자리에서 '대선 출마 입장을 명확히 해달라'는 질문에 끝내 대답하지 않으면서 출마 가능성을 열어놨었다.

그런 반 총장이 국내 문제에서 가장 민감하달 수 있는 한일문제, 특히 위안부 문제에 대해 '잘 했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벌써부터 '대선 출마'는 물 건너갔다란 여론이 일고 있다.

또한, 반 총장의 이번 발언이 곤경에 처한 박 대통령 구하기의 일환으로 전화를 통해 '친박' 인증을 한 것 아니냐는 비아냥까지 일고 있다. 이런 분석은 위안부 문제에 대한 불만 여론이 높아지고 국민의 이해를 바라는 청와대의 노력(?)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청와대에서 반 총장과 박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을 공개하면서 위기를 벗어나는 방편으로 이용하는 것으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청와대에서 반 총장의 통화 내용을 공개한 것은 반 총장이 외교 장관 출신에다 한일 관계에서도 정통하기 때문에 반 총장의 발언이 청와대와 박 대통령에게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의 이런 시도(?)는 오히려 마이너스로 작용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더불어 반 총장의 차기 대선주자 이미지도 적잖게 훼손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반 총장의 발언에 대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유감을 넘어 불만을 표출하고 있고, SNS에서 큰 지지를 받고 있는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도 강한 반발을 표하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표 전 교수는 반 총장의 발언과 관련해 "국민이 분노하고 아파하는 '한일협상 지지 발언' 취소하라"고 질타했다.

표 전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반기문 총장님은 '한일간 어려운 관계'가 없었다면, UN사무총장이 되지 못하셨을 것"이라면서 "UN 사무총장 직을 개인 능력으로 쟁취하셨나요? 대륙별로 돌아가며 차지하는 역할, '아시아' 차례일 때 가장 아시아에서 UN에 기여가 많은 일본이 과거사 문제에 발목잡혀 약소국인 한국에 그 자리가 돌아올 수 있었죠"라고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반 총장의 발언에 반발했다.

표 전 교수는 "지금의 윤병세 외교부 장관처럼, 그저 참여정부 외교장관에 '불과'했던 당신에게 UN사무총장 자리를 안겨준 것은 故 노무현 대통령이셨습니다"라고 상기시킨 뒤 "어떻게 보면, 특별한 한일관계, 동북아 내 전범국인 일본의 특수성의 혜택을 입으신 반 총장님"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파하는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피해자 할머니들과 대한민국을 비롯한 피해국 국민들의 아픔과 상처를 헤집고 분노를 유발하는, 엉뚱한 '한일협상 지지 발언', 온당치 않습니다"라고 끝을 맺었다.

반 총장의 입장에서는 '덕담'수준의 발언이었을 지 모르지만 위안부 합의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은 시점에 잘못된 발언이었다는 분석이 적지 않아 대선주자로 나서게 되면 이 문제가 돌출되면서 적잖은 타격이 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고은영 기자/koey505@naver.com> 
  • 도배방지 이미지

뉴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