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위키피디어

1943년 3월 6일, 튀니지 메데닌에서 에르빈 롬멜(Erwin Rommel)이 지휘하는 독일군이 영국 8군에 반격을 시도했다. 그러나 독일군은 전차 55대를 잃고 작전에 실패한 채 튀니지로 후퇴해야 했다. 4일 뒤인 3월 10일, 에르빈 롬멜은 아프리카 군집단(Heeresgruppe Afrika)을 한스 위르겐 폰 아르님 상급대장에게 맡기고 히틀러의 명령으로 북아프리카를 떠났다.

1943년 1월 30일 ~ 4월 30일 사이 튀니지 전역의 진행 상황 (출처 : 위키피디어)
메데닌(Medenine)은 튀니지 남동쪽의 도시로 메데닌 주의 주도이다. 영화 《스타워즈 에피소드4 : 새로운 희망》과 배우 김윤진이 출연한 미국 TV 드라마 《로스트》 시즌4의 두번째 에피소드 Confirmed Dead를 촬영한 곳이기도 하다.

1942년에서 1943년 초에 걸쳐 독일군은 북아프리카와 스탈린그라드에서 쓰라린 패배를 맛보는 중이었다. 스탈린그라드는 이미 2월에 결판이 났지만, 북아프리카에서도 상황은 매우 안좋았다. 1942년 10월 23일부터 11월 5일까지 벌어진 2차 엘 알라메인 전투에서 패한 데 이어 3일 뒤인 11월 8일 미국-영국 연합군이 모로코 및 알제리 상륙 작전인 횃불 작전(Operation Torch)에 성공하면서 독일군은 동쪽의 이집트와 서쪽의 알제리에서 양쪽에서 압박받던 중이었다.

롬멜은 동쪽 이집트에서 아프리카 기갑군(Panzer Army Africa)을 이끌고 튀니지로 철수하고 있었고, 롬멜의 아프리카 기갑군이 튀니지에 도착할때까지 한스 위르겐 폰 아르님 상급대장의 5기갑군이 알제리의 연합군을 막고 있었다. 히틀러는 롬멜의 아프리카 기갑군과 폰 아르님의 5기갑군, 그리고 지오반니 메세이탈리아 1군을 묶어 아프리카 군집단(Heeresgruppe Afrika)을 편성했지만, 편성이 보급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못했다.

병력, 장비, 보급품이 모두 연합군에 비해 한참 딸리던 롬멜은 먼저 튀니지 서쪽으로 진격해오는 미군을 먼저 카세린 통로(Battle of the Kasserine Pass)에서 공격하여 혹독한 패배를 안겨주고 패주시켰다. 이어 방향을 동쪽으로 돌려 트리폴리를 점령하고 마레트 방어선 진격을 준비하고 있던 버나드 몽고메리(Bernard Montgomery)의 영국 8군을 공격하여 동서 양 방향에서 오는 연합군이 서로 연결하는 것을 막고자 했다.

공격에 참가한 독일군은 전차 약 200대에 10, 15, 21기갑사단과 90, 164 경보병사단을 투입했고, 이탈리아 80 보병사단 스페치아(Spezia Division)도 공격에 참가했다. 마레트 방어선(Mareth Line) 공격을 준비하다가 독일군의 반격을 맞은 영국군은 51 하이랜드 보병사단, 7 기갑사단, 그리고 비록 패했지만 크레타 전투에서 이름을 날린 버나드 프레이버그(Bernard Freyberg) 소장이 지휘하는 뉴질랜드 2 보병사단이었다. 여기에 약간의 자유 프랑스군 병력이 포함되어 있었다.

3월 6일 오전 6시, 독일군이 공격에 나섰다. 롬멜 답게 전차부대가 공격을 선도했으며 보병이 뒤를 따랐다. 그러나 영국군과 뉴질랜드군은 25파운드 포로 독일군 보병과 전차를 분리시켰고, 보병 지원없이 단독으로 진격하게 된 전차부대는 6파운드 대전차포의 공격을 받고 하나 둘씩 파괴되었다. 공격 추력을 잃은 독일군은 전차 52대의 잔해를 버려두고 북쪽으로 철수할 수 밖에 없었다.

전투가 끝난 후 8군 사령관 버나드 몽고메리는 영국 참모본부 알란 브룩(Alan Brooke) 경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냈다.

    He is trying to attack me in daylight with tanks, followed by lorried infantry... It is an absolute gift, and the man must be mad.
    그(에르빈 롬멜)는 대낮에 기계화보병(lorried infantry)를 뒤따르게 하고 전차로 나를 공격하려고 했습니다. 그건 큰 선물이었으며, 그 사람은 미친게 틀림없습니다

물론 메데닌 전투(Battle of Medenine)에서 졌다고 독일군이 북아프리카에서 완전히 패한 것은 아니었다. 이후 튀니지 일대에서 전쟁은 5월 13일까지 계속 이어졌다. 그러나 메데닌 전투 패배로 북아프리카를 떠나면서 롬멜의 시대는 끝났다. 이후 7월 20일 사건으로 자살할때까지 수세에 몰린 전체 전황 속에서 롬멜은 공격전에 두각을 드러냈던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 기회를 갖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