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감독이 우리나라에 선물한 제일 큰 교훈은 바로 '우수한 정신력과 체력이 우수한 기술을 제압할 수 있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제 우리는 히딩크 감독이 떠난 지 10년도 되지 않아 한국인 감독의 손으로 원정 16강이라는 놀라운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이번 월드컵에 출전한 한국 대표팀은 우수한 정신력과 체력은 물론 우수한 기술까지 갖춘 훌륭한 팀이라 생각합니다. 그 팀을 만든 것은 누굴까요? 바로 저를 포함해 수많은 사람들에게 손가락질당했던 허정무 감독입니다. 사실 다른 사람을 비판하기는 참 쉬운 것 같습니다. 특히 그 사람이 한 나라의 축구 감독이라면 말할 필요도 없고요.(이번 월드컵을 통해 정말 많이 느낀 부분입니다.) 모든 감독은 장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허정무 감독의 단점은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16강에 진출한 지금도 지적하고 있을 테니 저는 이 글을 통해 한 번 반대편 저울을 들어 올려 보겠습니다. 우리는 꽤 오랜 시간 동안 조재진 선수에게 한국의 원톱 자리를 맡기며 경기가 안 풀리면 그의 머리에 공을 맞히는 전술을 써왔지요. 솔직히 지금도 아시안컵 당시 조재진 선수의 플레이를 생각하면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은 기분입니다. 수비라인은 더욱 말할 것도 없습니다. 지금의 한국팀은 어떤가요? 본프레레, 아드보카트와 핌 베어백 감독 모두 박주영 선수를 썼지만, 이 정도로 그가 팀에 녹아들었던 적이 있었나 모르겠습니다. 지금이야 쌍용이라 불리며 한국 대표팀의 대들보가 되었지만 몇 년 전만 해도 두 어린 선수를 한국 대표팀의 주전으로 기용시킨 것은 정말 다른 국내 감독이었으면 상상하기 어려운 과감한 결단이었습니다. 당시 기성용의 나이는 만 19살, 십대였습니다. 김남일, 김두현 등의 베테랑들을 제쳐놓고 꾸준히 기용한 그 기성용 선수가 이번 월드컵에서 벌써 두골을 만들어 냈습니다. 두 골이 나온 것은 모두 세트 피스 상황. 모두 기성용이 올려주고 이정수가 헤딩으로 넣는 약속된 플레이로 들어갔습니다. 부상으로 아쉽게 하차한 곽태휘 선수는 자신의 칼럼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정수의 선제골이 터진 순간, 머리털이 쭈뼛 섰다. 평균 신장이 큰 그리스를 맞아 우리는 세트피스 훈련을 집중적으로 했다. '약속된 플레이'를 위해 같은 장면을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또한, 기성용 선수는 또 최근 이런 말을 했습니다. “셀틱에서 3개월간 경기에 나서지 못하며 내가 따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대표팀에 도움이 돼야겠다는 생각에 프리킥과 체력 훈련을 틈나는 대로 했다. 경기 감각이 떨어져 있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좋아질 것이라 확신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뭔가가 있다고 생각했다. 기량이 떨어진 나를 계속 기용하며 기회를 주신 허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허정무 감독은 한국이 조별예선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술 중 하나를 세트 피스로 보고 슬럼프를 겪고 있던 기성용을 월드컵전까지 억지로 기용시키며 컨디션을 최대한 끌어올린 것입니다. 결국 한국의 이번 대회 득점 중 반인 세트 피스가 결코 선수들의 개인적 능력만이 아니라 허정무 감독의 믿음 또한 큰 몫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박지성 선수에게 주장 완장을 준 것과 정성룡 선수를 이운재 선수 대신 파격적으로 기용한 것에 대해서는 잉글랜드 언론이 마지막으로 홍명보 선수의 은퇴 후 평생 물음표로 남을 것 같았던 수비라인입니다. 자동문이란 오명과 함께 한때 대한민국 네티즌들이 역적 취급했던 조용형 선수. 그 조용형 선수가 현재 월드컵 최고 수비수 중 한명으로 활약하고 있습니다.(아래 피파 사이트를 참고해주시길 바랍니다. http://www.fifa.com/worldcup/statistics/players/defending.html) 여기까지 봤을때 허정무 감독이 부임한 후 지금까지 보여준 그의 모토는 바로 '실력이 있으면 욕을 먹든 나이가 적든 기용을 한다는 것'입니다. 나이지리아전이 끝나고 옆에 있던 친구에게 말했습니다. "16강에 진출했으니 허정무는 명장인가?" 이 말에 저도 웃고 친구도 웃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2006년처럼 심판을 탓하며 조별예선에서 탈락하느니 수많은 비판을 받으면서도 16강 진출에 성공한 이번 케이스가 훨씬 아릅답습니다. 토요일에 있을 우루과이전에서 패해도 상당수의 전문가들은 한국의 이번 월드컵을 성공적이라 평가할 것입니다. <골닷컴 노재우 기자의 다이어리에서..> <저작권자 ⓒ 엔티엠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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