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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상 8개 부문을 석권한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명과 암

'집 잃은 천사'들의 현실은 황폐하기만 하고

국제부 | 기사입력 2009/05/16 [13:17]

아카데미상 8개 부문을 석권한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명과 암

'집 잃은 천사'들의 현실은 황폐하기만 하고

국제부 | 입력 : 2009/05/16 [13:17]

영화에선 행복했지만 현실은 수난의 연속
2009년 아카데미상 8개 부문을 차지한 화제작 ‘슬럼독 밀리어네어’에서 자연스럽고 재치있는 연기를 펼쳤던 아역 배우들이 현실에서는 연속된 수난에 힘들어 하고있다.
불과 2주 전, 유명해진 딸을 비싼 돈에 부호에게 팔아넘기려 했던 일이 있었는가 하면, 또 다른 아역 배우는 하루아침에 노숙자처럼 살고 있다고 한다. ‘슬럼독 밀리어네어’에서 주인공의 형 역할을 맡았던 아자루딘 이스마일 군이 집을 잃고 거리를 배회하고 있다는 현실은 야박하다 못해 냉혹감을 갖게 한다.
영화에 출연했던 다른 아역 배우들과 마찬가지로 실제 인도 뭄바이 빈민가에서 캐스팅되어 자연스러운 악동 연기로 주목받았던 10살의 이스마일군이 환하게 웃는 모습은 영화 속에서만 존재할 것 같다. 뭄바이 시 당국이 무허가 주택을 강제 철거하면서 이스마일 군의 가족 뿐 아니라 30여 가구의 이웃들도 길거리로 쫓겨났기 때문이다.
강제 철거는 가족들이 자고 있는 시간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졌고, 이스마일 군은 경찰에 의해 밖으로 끌려나가 구타를 당하기도 했다는 것.

영화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이스마일 군 또한 유명세를 탈 때, 뭄바이 시 당국은 이스마엘 군의 가족에게 새로운 집을 마련해 주겠다는 약속을 하였으나 현재까지 지켜지지 않고, 아예 살던 집마저 철거해 버리는 황당함을 보여주고 있다.

졸지에 집 없는 노숙자로 전락한 이스마일 군의 가족들은 영화 제작진에게도 섭섭한 속내를 드러냈다. 외국인들만이 영화를 찍어 명성과 돈을 얻어가고 영화에 출연했던 인도의 아이들은 나 몰라라 하는 모습에 실망했다는 것이다.
감독 대니 보일의 노력으로 영화 제작진이 아역 배우들의 교육, 생활을 돕기 위해 만든 기금은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쓸 수 없게 돼 있다는 것도 출연한 아역 배우들의 지금 실상을 위로하기엔 부족해 보인다.

물론 영화 제작진들의 입장은 아이들에게 들어갈 돈을 부모들이 무분별하게 쓰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지만 열악한 지금의 환경을 바꿔주는 다른 노력이 절실하다.  어떻든 이스마일 군을 비롯 여타의 아역 배우들은 당분간 궁핍한 생활을 벗어날 길은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아이들은 언젠가 자신들에게 좋은 날이 있을 것이라는 행복한 꿈은 버리고 있지 않다고.

영화 속의 이야기는 ‘신데렐라’처럼 달콤하지만 현실에 놓인 아이들의 삶은 황폐함의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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